소행성이 행성과 다르게 울퉁불퉁한 이유
행성과 소행성은 '소' 하나 차이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크기와 질량이 차이가 나며 생김새도
조금 다르죠. 그런데 두 개체를 이루는 구성물질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럼 비슷한 물질로 구성된 두 개체는 어떤
자세한 차이점을 갖고 있을까요?
두 개체를 봤을때 바로 알 수 있는 큰 차이점이 있죠. 크기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은 약 6,371km이며 소행성
루테시아의 반지름은 49km 입니다. 지구가 약 130배 정도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크기가 차이나는 만큼
질량도 차이가 납니다. 루테시아의 질량은 지구의 0.0002%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는 곧 중력의 차이로 이어지는데요.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그리고 이 힘은 질량이 무거운 쪽, 힘의 크기가 큰 쪽으로
향합니다.
이제 막 만들어진 행성이 하나 있다고 상상해보죠. 만약 우리가 이 행성의 표면에서 행성의 하늘을 보고 있다면
수많은 미행성이 이 행성의 표면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때 행성의 표면을 주의 깊게
보면 곳곳에 파인 부분이 있습니다. 행성 표면에 있는 돌들이 중력에 의해 구덩이를 채우면 이 구덩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메워질 겁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행성의 움푹 파인 곳에서 계속해서 일어나죠.
지구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바다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다 역시 중력에 의해 행성의 중심으로 떨어지게
되므로 구덩이를 더 쉽게 채우게 되죠. 바다의 수평선 중 삐뚤삐뚤한 수평선은 없죠. 바다 자체가 중력에
의해 지구의 중심으로 늘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높이가 생기지 않는 거죠. 이와 달리 소행성은 중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돌이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일이 덜 발생하므로 질량이 가벼운 소행성들은 이 구덩이를
채우지 못하고 결국 울퉁불퉁한 제멋대로인 모양을 가지게 되죠.
그렇다면 압력에 의해 행성은 둥근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압력을 말하면 중력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중력은 분명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모든 걸 다 부술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중력이 행성 표면의 암석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다면, 암석보다 약한 사람은 쥐포처럼
납작하게 눌렸을 것이고 지구 표면 위에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겠죠. 그래서 중력만으로는 행성을
동그랗게 만들 수 없습니다. 행성이 동그랗고 매끈한 모양을 가지려면 압력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구의
표면에서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압력은 바로 대기압입니다.
대기압은 공기가 우리를 누르는 힘으로 1기압은 1㎠의 면적을 1kg의 힘으로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 힘은 1,000m를 올라갈 때마다 0.1기압씩 낮아지죠. 공기의 밀도가 점점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바다에도
대기압과 비슷한 수압이 존재하는데요. 수압은 10m를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땅 밑으로 내려가면 압력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지구의 내부로 들어가면 10m를 내려갈
때마다 3.5기압씩 압력이 높아집니다. 단순하게 바다와 비교하면 3.5배 정도 더 강한 압력을 받는 거죠. 그리고
바로 이 힘이 행성을 둥글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행성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압력이 높아져 행성이
동그랗게 변하게 되는 거죠. 만약 우리가 지구를 반으로 잘라서 본다면 중심에 가까울수록 둥글고, 압력의
힘이 비교적 적은 지구의 표면은 상대적으로 덜 둥근 것입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대체적으로 매끈한 둥근
모양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서로 비슷한 질량을 가진 소행성 중에서도 어떤 소행성은 좀 더 둥글고, 어떤 소행성은 울퉁불퉁합니다.
왜일까요? 중력과 압력 말고도 행성의 모양을 결정하는 요소가 있는 걸까요? 행성이 둥근 모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느냐는 거죠. 여기 암석으로 이루어진 소행성
A와 얼음으로 이루어진 소행성 B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소행성 B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소행성 A보다 더
매끈하고 둥근 모습일 겁니다. 왜냐고요? 단단한 돌멩이와 찰흙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단단한 돌멩이를 둥글게
깎으려면 여러 도구와 힘이 필요하죠. 맨손으로 공처럼 둥글게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찰흙은
다릅니다. 맨손으로도 충분히 매끈하고 둥글게 만들 수 있죠. 소행성A 와 B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체를 둥글게
만들기 위해서는 중력과 압력이라는 도구와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도구와 힘을 잘 쓰려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행성을 둥글게 만드는 힘은 중력과 압력이지만, 결국 안정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 하나라도
불안정하다면 천체는 중력과 압력에 의해 무너지게 될 겁니다. 그만큼 지구는 안정적인 상태라는
걸 뜻합니다. 소행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울퉁불퉁해서 불안정해 보이지만 결국 소행성도
자신의 기준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상태인 겁니다. 때문에 소행성의 모양이 틀어져 있어 지구로 추락하거나
하진 않을까란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